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건강한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2022년부터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원화 대비 달러 환율과 무역수지, 그리고 민간부문 부채 문제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원화 대비 달러 환율과 무역수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올리면 원화(KRW)를 비롯한 다른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게 된다. 이것은 1달러가 더 많은 원화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를 초래하는 것이며, 흔히 표현하는 방식으로 미국 달러의 통화 절상이라고도 한다. 한국 원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통화 절상 상황의 지속은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화 약세는 한국 수출품을 외국 바이어들에게 더 싸고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를 가져오는 반면, 수입품을 더 비싸게 만들고, 이것은 국내 시장에서 외국 상품에 대한 수요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이렇듯 달러화 강세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주게 된다. 실물 경제 관점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긍정적 측면에서 원화 약세는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수익을 증가시켜 국내 시장의 손실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잠재적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부정적 측면에서는 원화 약세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상승해 한국 소비자의 구매력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석유 및 주요 산업광물 등의 천연자원 보유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반도체, 차량, 선박 등 다양한 제품의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이게 되면 한국의 수출품이 미국에서 보다 저렴하게 판매 될 수 있기에 일시적으로는 수출이 증가하여 한국경제에 득이 될 수 있지만, 그 원인이 미국 기준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인 것을 고려한다면 고금리로 인해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고 한국의 수출이 양적 측면에서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취약함 또한 내제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초부터 한국의 무역 수지는 지속적인 적자를 모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향후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민간 부문의 부채 문제
민간 부문은 기업 부문과 가계 부문으로 구분 할 수 있는데 먼저 기업 부문의 부채에 대한 영향을 고려 해 보자. 한국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저금리를 활용하여 상당히 큰 규모의 부채 증가를 초래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미국의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급격한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 중앙은행 또한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으며 결국 기업의 차입 비용이 증가하여 그들에게 상당한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만약 한국 기업들이 부채를 상환할 수 없게 된다면, 그것은 한국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문제의 기업들은 파산하고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며 소비가 크게 위축되며 경기 침체로 이어지게 된다. 게다가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한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한국이 국제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다음으로 가계 부문의 부채에 대한 영향을 고려 해 보겠다. 한국의 경우 가계 자산의 80% 정도가 부동산이며, 부동산을 매입 시 개인차는 있겠지만 보통 50% 이상의 자금을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Subprime 사태를 겪으면서 기준금리 변동에 따른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주거용 부동산 담보대출이 고정금리로 실행되도록 조치 했는데, 한국의 경우 반대로 대부분의 부동산 담보대출은 변동금리로 실행되고 있다. 즉, 금리 변동에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며 그 규모가 가계 전체 수준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절대적으로 높은 상황이기에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면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개인은 부동산을 매도해야 할 것인데, 대다수의 심리가 얼어붙은 상태에서는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매도 물량이 쌓여가며 부동산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사태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외환 유출의 리스크 방지 차원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 될 경우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실제로 2023.3월 기준 미국 기준금리가 1년 사이에 연 5.0%로 상승했으며, 이에 따라 한국 기준금리도 비슷한 시기에 연 3.5%로 상승하여 한국 가계 부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언제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지 알 수는 없으나, 지속적으로 발표되는 주요 경제 지표들을 그 어느 때 보다 유심히 모니터링 하면서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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